[공동성명]
판다 임대 계획 당장 철회하라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판다의 추가 대여가 추진되고 있다. 2028년 광주 우치동물원에 임대된다고 한다. 이는 동물을 외교의 상징으로 활용해 온 낡은 관행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우리는 판다 임대에 적극 반대한다.
1994년, 10년 임대 조건으로 중국에서 한국으로 도입된 판다는 4년 만에 비용 문제로 반환되었다. 2016년 다시 한 쌍을 반입하고 2020년 번식에 성공하면서 에버랜드의 본격적인 판다 마케팅이 시작되었다. 이들은 국민적 관심을 받아왔으며 동물원 내 다른 전시 동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자원을 제공받아 왔다. 그러나 이러한 특별 대우가 곧바로 동물의 이익을 최우선에 둔 삶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판다 임대는 동물의 대여, 계약의 갱신, 반환이 동물의 이익이나 상태보다 국가 간의 외교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다.
동물복지 문제는 외교 관계가 안정적인 상황에서도 예외 없이 발생한다. 중국 밖에서 태어난 판다는 4살이 되면 중국으로 반환된다. 동물은 수송 스트레스를 겪으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도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국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중국으로 반환된 ‘푸바오’도 이송 후 수개월 동안 건강 이상 증상을 보였다. 동물원과 같은 특정 공간에 갇혀 사는 전시 동물을 인위적으로 옮긴다는 것은 동물이 평생 나고 자란 세계를 뒤흔드는 일로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동물을 살던 곳에서 옮기는 일은 설사 동물을 위한 의도에서 시도된다고 해도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외교 관계에 따라 운명이 좌우되는 임대 동물의 삶을 동물복지적 관점에서 정당화할 수 없다.
한국 정부가 외교 선물로 받은 동물들은 현재 전국의 동물원 및 공공기관 등으로 보내져 전시 동물로 살아가고 있다. 화려한 자리에서 선물로 주고받은 동물을 감당하지 못해 동물원에 처박아 두는 관행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동물들은 선물의 의미와 무관하게 낯선 곳에서 살아내도록 강제당한다. 이처럼 외교의 부산물로서 여기저기 흩어져 살아가는 동물들의 삶이 과연 동물복지 원칙에 부합하는지 성찰해야 한다. 특히 개와 같이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사회적·정서적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가는 동물마저도 종의 특성과 복지 요구를 외면한 채 동물원이라는 전시 공간에서 평생 살게 하는 것이 현 동물외교의 수준이다. 정부는 판다의 추가 임대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 지난 정부에서 외교의 징표로 국경을 건너온 동물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또한 판다 한 마리를 전시하기 위해 국민 세금 300억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농가에 남아있는 사육곰 199마리는 보호할 시설이 부족해 여전히 철창에 갇혀 있다. 궁여지책으로 민간보호시설을 지원한다며 2026년 책정한 예산은 고작 14억이다. 동물에 쓸 예산이 있다면 정부의 잘못으로 평생을 지옥 같은 우리에 갇혀 자기 발을 뜯어먹으며 산 반달가슴곰에게 사용해야 한다. 우리나라 공영동물원의 동물복지 수준도 국제 기준에 비해 한참 동떨어져 있다. 판다를 데려다 놓을 것이 아니라 열악한 동물원 수준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역대 정부 중 최초로 ‘동물복지’를 국정 과제에 포함하였다. 우리는 동물을 물건처럼 빌려오고, 되돌려 보내는 관행이 과연 국가가 지향하는 동물복지의 방향과 일치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정부의 답변을 요구한다. 이제는 외교 수단으로 반복되어 온 동물 이용의 역사를 멈출 때이다. 우리는 정부가 판다 추가 임대 계획을 철회하고, 이번 정부에서는 살아있는 동물을 외교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전근대적인 관행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를 천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6년 1월 14일
곰보금자리프로젝트, 길고양이 동고동락, 더 레스큐,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 동물권단체 하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을위한행동, 동물자유연대, 동물학대방지연합, 레스큐비욘드, 비글구조네트워크, 어독스, 한국고양이보호협회(총 13개 단체, 가나다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