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가 신의 벌을 감수하고 인간에게 넘겨준 불은 인간들의 삶을 크게 변화시킨 선물이었고, 지금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지만 동시에 재앙이 되기도 합니다. 불을 마귀에 빗대어 '화마(火魔)'라고 일컫기도 하지요. 어떤 형태를 띄고 있는가에 따라 너무나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몇 차례 불로 인한 국가적인 재난들을 겪어왔습니다. 이번 산불도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과 재산을 앗아갔습니다. 부상을 당한 분들도 많습니다. 그 재난 중 일부가 누군가의 고의로 발생했다는 사실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죠.
사실 우리는 이미 몇 년 전, 비슷한 재난을 겪었습니다. 이후 많은 재난대처규칙, 요령 등이 쏟아졌고 만반의 준비를 한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 동물들은 그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목줄조차 풀러주지 않아 1m의 삶을 살던 1평 남짓한 공간에서 타죽은 아이들, 목줄은 풀어주었지만 대피소로 가지 못하고 불길이 번지는 산과 들을 떠도는 아이들, 축사에서 속수무책 죽어간 아이들, 간신히 수로로 몸을 피했지만 결국 연기로 질식하고만 아이들까지. 재난이라는 상황은 사람에게도 고통이지만 동물들에게는 더한 고통이자 지옥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동물을 위한 대피소"조차 아직 없습니다.
느낄 수 있는 고통 중 가장 괴롭고 견디기 어려운 것이 작열통이라고 합니다. 많은 아이들이 그 고통 속에 재가 되어갔습니다. 갑자기 닥쳐오는 재난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러한 상황이 되었을 때 사람, 동물 모두가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젠 그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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