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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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가 견사를 부쉈어요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2-02-07 15:49:57 조회수 426

 

외부 견사에 '얼굴에 피가 묻은 채 돌아다니는 아이가 있어요' 라는 수의사님의 말에 달려갔더니

백구 아이들이 모여있는 견사가 부숴져 있었습니다.

 

얼굴에 피갑칠을 한 채 돌아다니고 있는 아이는 인이였어요.

심한 장난도 단순히 탈출을 목표로한 재물손괴도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을 다시 견사에 들여보내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견사 안쪽으로 얌전히 들어갔지만 인이는 철망을 입으로 물어 뜯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견사의 바깥쪽 출입문이 강한 바람에 둥- 둥- 소리를 내며 벽에 부딪히는 소리에

인이가 패닉에 빠진 상태였습니다.

 

답답하고 놀고 싶어서 탈출하려한 것이 아니라

그 소리가 너무 무서워서

소리가 들리는 공간에서 벗어나고자 잇몸 가득 피를 흘리면서까지 기어이 견사를 뜯어낸 것이었습니다.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인이에게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그래도 관리자님이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시고 문을 고정, 보수 공사도 해주셔서 인이는 곧 안정되었습니다.

상황이 정리된 후 관리자님이 인이를 쓰다듬으며 "인이 스케일링 했어?" 하시며 농담을 하셨지만

걱정과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아직 관리자님께, 그리고 아이들에게 배워야 할 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미안함과 동시에 걱정도 됩니다. 다친 잇몸도 인이의 마음도.

인이는 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바람에 부딪히는 문소리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요.

어떤 일들을 겪어왔기에 둥-둥- 소리에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미친 걸까요.

 

150여 마리의아이들은 각자 다양한 사연으로 양주 쉼터로 오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서 버림 받은 아이도 있고

연세 많은 보호자가 서서히 기억과 기력을 잃어 어쩔 수 없는 이별을 맞이한 아이도 있습니다.

그리고 학대라는 지독한 경험을 한 아이들도 있죠.

 

그 사연들을 속속들이 다 알 수 없어서

아이들이 보이는 모든 행동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이 참으로 답답합니다.

 

그래도 어제보다 나은 오늘, 내일을 만들어야겠지요.

아이들이 하루 하루 조금씩이라도 더 밝아질 수 있도록

그리고 종국엔 평생 가족의 품으로 갈 수 있도록

더욱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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