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쉼터

쉼터의 슬픔

이 게시판은 쉼터의 가장 슬픈 소식을 전하는 곳입니다.
비록 사랑으로 품어줄 주인을 못 만났지만 쉼터에서 많은 봉사자분의 사랑, 관리자분의 사랑을 갖고 떠나길..
하늘의 별이 되었지만 마지막 가는길 까지도 외롭지 않게 편안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강릉이가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6-02-22 16:28:56 조회수 9

 

강릉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거칠어진 호흡, 청색증이 나타나 병원을 가기 위해 나서자마자 

병원이 너무나 가기 싫었던 듯 소장님의 품 속에서 마지막 숨을 쉬고는 2026년 2월 21일 영면에 들었습니다.

 

  

 

강릉 어느 산골 마을에서 밥동냥을 하던 떠돌이.

외모, 성격 어딜 보아도 말티즈의 피가 흐르는 강릉이는

아마도 누군가에 의해 산속에 버려졌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앙상하게 마른 몸으로 쉼터에 입소하였던 강릉이는 

중성화 수술 도중 자궁축농증이 발견되어 큰 수술을 해야했고

폐 기종 및 구강, 간, 비장 결절을 앓으면서도

열심히 먹고 간식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하루하루 살을 찌웠습니다. 

 

  

 

쓰다듬은 허락하면서도 안거나 강제로 몸을 통제하려 하면 바로 응징하던 입질의 여왕.

딱히 쉼터 다른 아이들과 싸우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단짝은 만들지 못했던 아이.

아픈 손가락이자 실제로 동학방 모두의 손가락, 수의사 선생님의 손가락까지 한 번씩은 아프게 했던 아이.

 

  

 

산골마을 기슭에서 밥을 줄 누군가, 어쩌면 자신을 버린 누군가를 기다렸을 아이.

방에 누워있다가도 눈이 마주치면 무거운 몸을 일으켜 문앞으로 나와 인사를 하던 아이.

다른 아이들이 우르르 부엌을 향하면 고개를 빼꼼 내밀고 구경하던 조금 소심했 아이.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바라보면 늘 눈을 마주해주던 아이었습니다. 

 

  

 

다른 아이의 약을 챙기러 병원을 간 사이 급격히 나빠진 상태. 

서둘러 돌아오는 길은 왜 이리 막히는지. 

병원에 가면 데스크로 바로 달려가 응급이라고 해야하나

미리 전화를 하고 가야 하나, 입원하게 되려나, 산소호흡기 달게 되려나

행여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이 오려나 

쉼터로 향하면서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헤집어놓았는데

그 중에는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이나 쉼터 문을 나서지 못하는 경우는 없었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기다려줘서, 홀로 떠나지 않고 인사할 기회를 줘서 고마워.

그래도 봄은 보고 가지 그랬어. 꽃내음 한 번 맡고 가지.

고마움과 미안함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밤을 보내고 강릉이를 보내주었습니다. 

 

 

예전에 어느 목회자라는 사람이 동물은 천국에 갈 수 없다는 칼럼을 쓴 것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동물에게 영혼이 있네 없네 블라블라. 

개들조차 하지 않을 소리를 읽고 난 뒤 천국을 동경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동물 아이들은 인간의 이해득실에 맞춰진 선과 악이라는 개념을 초월한 존재들이니까.

선악의 상벌 개념인 천국과 지옥도 갈 일 없다고 생각하기로 헀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감히 가지 못할, 상상도 하지 못할 

인간의 천국보다도 더더욱 천국 같은 곳에서 행복에만 살기를 빌기로 하였습니다. 

 

상처 받았던 기억, 아팠던 육신은 이제 지상에 두고 

그 어느 천국보다 더 천국 같은 곳에서 

맛있는거 먹고 싶은거 마음껏 먹으며 더는 외롭지도 괴롭지도 않은 시간 속에 살기를 바랍니다.

 

강릉이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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